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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초상식과 주요 이슈

미국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도 불구, '10% 보편 관세'가 가능한 이유는?

미국 상호관세 위법 판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이었던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에 대해 미국 연방 대법원이 최근

위법 판결을 내리면서 통상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즉각적으로 무역법에 근거한 10% 보편적 기본 관세를 내세웠습니다.

일방적인 관세 정책이 얼마전 위법 판결이 났는데, 또 다시 관세를 부과하겠다니.

이것이 법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일까요?

 

오늘은 그 내용에 대해 상세히 포스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상호관세란 무엇인가?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는 "상대방이 우리에게 매기는 관세 만큼 우리도 똑같이 매기겠다"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8%의 관세를 매기는데 미국은 2.5%만 매기고 있다면,

미국도 그 차이만큼 관세를 높여 똑같이 8%를 맞추겠다는 논리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통해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고 '공정한 거래'를 하겠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상호관세의 논리적 모순

많은 사람이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를 "상대가 5% 매기면 우리도 5% 매기는 공평한 게임"으로 이해합니다.

하지만 실제 트럼프 행정부의 운영 방식을 보면 심각한 논리적 모순이 발견됩니다.

 

 

1) 품목의 비대칭성

상호관세의 기본적인 개념이 공평한 관세 정책이라더니,  한국은 미국의 반도체에 관세를 매기지 않는데, 미국은 왜 한국산 반도체나 철강에 관세를 매길까요?

 

트럼프의 논리에 따르면 "개별 품목의 관세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전체 무역 수지(Trade Balance)가

적자라는 사실이 중요하다."입니다. 

 

즉, 특정 품목에서 우리가 관세를 안 매기더라도, 다른 분야(보조금, 비관세 장벽 등)에서 미국 기업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하면, 미국은  '교차 보복' 전략을 씁니다.

 

보통의 보복은 같은 분야에서 이루어집니다(ex. 반도체로 싸우면 반도체 관세를 올림).

하지만 교차 보복은 분쟁이 발생한 산업 분야가 아닌, 전혀 다른 분야의 양허(혜택)를 정지하거나

관세를 매기는 것을 말합니다.

 

  • 일반 보복: "너희가 우리 안 사줘? 그럼 우리도 너희 에 관세 매길게."
  • 교차 보복: "너희가 우리 지식재산권 침해했어? 그럼 너희가 제일 많이 수출하는 자동차에 관세 25% 매길게."

 

 

트럼프 입장에서는 "한국과의 전체 무역에서 우리가 500억 달러 적자야. 이건 우리가 모든 분야에서

손해 보고 있다는 뜻이니, 어떤 품목이든 관세를 올려서 그 적자 폭을 메워야 해."라는 논리입니다.

 

이 과정에서 '상호주의'는 명분이 되고, '교차 보복'은 실무적인 칼이 됩니다.

 

 

트럼프의 상호 관세정책은 상호주의의 탈을 쓴 '압박 전술'에 가깝습니다.

 

 

 

2) '명분'은 상호주의, '실제'는 자국 우선주의

상호관세는 표면적으로 '공정함'을 내세우지만, 속내는 미국 내 제조 시설 유치에 있습니다.

상대국이 관세를 낮추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관세를 높여서 "억울하면 미국에 공장 지어라"라고 협박하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이 매기는 만큼'이라는 기준은 고무줄처럼 늘어납니다.

미국이 정의하는 '공정'의 기준이 상대 국가의 기준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3)  대법원이 짚어낸 '결정적 모순'

미 연방 대법원이 이 정책에 위법 판결을 내린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자의성'에 있습니다.

대통령이 "상대방이 불공정하다"고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의회의 승인 없이 세율을 마음대로 조정한 것은

헌법이 부여한 조세권의 범위를 넘어선 행위라는 것입니다.

 

결국, 상호주의라는 이름 아래 행해진 '무차별적 관세 부과'는 법치주의 국가인 미국 내에서도

"근거 없는 권한 남용"이라는 성적표를 받게 된 셈입니다.

 

 

 

대법원이 왜 '위법' 판결을 내렸을까?

2026년 2월 20일, 미 연방 대법원은 6대 3의 의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위법 판결 내용은 1월 중순경 나올 예정이었으나 사안이 사안인만큼 꽤 늦게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위법 판결의 핵심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권한 남용 (IEEPA 오용)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 법은 국가 비상사태 시 대통령에게 경제적 권한을 부여하지만, 대법원은 "IEEPA에 명시된 '수입 규제(regulate)'

권한이 '관세 부과(taxation)' 권한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습니다.

 

 

2) 의회의 권한 침해 

미국 헌법상 세금을 매기고 관세를 설정하는 권한은 기본적으로 의회에 있습니다.

대법원은 대통령이 의회의 구체적인 승인 없이 무제한으로 관세를 매기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습니다.

 

 

3) 비상사태의 불인정 

단순한 '무역 적자'나 '펜타닐 유입' 등을 이유로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매기는 것은 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보았습니다.

 

 

 

위법 판결 이후의 변화

이번 판결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큰 수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1) 관세 환급 문제

이미 징수된 약 1,750억 달러(약 250조 원) 규모의 관세를 기업들에게 돌려줘야 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는 미국 재정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2) 국가별 차등 관세 붕괴 

국가마다 무역 수지에 따라 다르게 적용했던 '상호관세' 체계가 법적 근거를 잃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10% 보편 관세'를 하겠다는 의미는?

대법원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전 세계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적 기본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일종의 '우회 전략'이자 '맞불 작전'입니다.

 

1) 어떻게 가능한가? 법적 근거는?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이 위법이라 지적한 IEEPA 대신, '1974년 무역법 122조'를 꺼내 들었습니다.

 

무역법 122조 (Balance-of-Payments Authority) 이 조항은 미국의 국제 수지에 심각한 결함이 있을 때,

대통령이 최대 150일 동안 15% 이내의 관세를 일시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이 법은 조사 과정 없이 대통령의 명령으로 즉시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무역법 122조의 경우 "미국의 국제 수지에 심각한 결함이 있을 때"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심각한 결함이라는 부분에서 모호성과 주관성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통령이 "문제가 있다"고 선언만 하면 조사 절차 없이 즉시 시행은 가능하지만,

이후에 법적·정치적 폭풍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법전 어디에도 "적자가 몇 퍼센트 이상이어야 한다"는 구체적인 수치가 없기때문입니다.

 

  • 트럼프의 해석: "미국이 매년 수천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보고 있으니 이것 자체가 '심각한 결함'이다."
  • 전문가들의 해석: "현재의 적자는 달러화의 가치나 경제 구조 때문이지, 법이 상정하는 급박한 '비상사태'는 아니다." (실제로 이 법은 1970년대 고정환율제 붕괴 같은 위기를 막으려고 만든 법입니다.)

 

이러한 주관성과 모호성 때문에 상대국이나 수입 기업들이 즉각 소송을 걸 것입니다.

"현재 미국의 국제 수지가 정말 10% 관세를 매길 만큼 비상 상황인가?"를 두고 법원에서 다시 다퉈야 합니다.

만약 법원이 "대통령의 판단이 명백히 틀렸다"고 판결하면 150일이 되기 전에도 중단될 수 있습니다.

 

 

다만, 수입 기업들이 "미국의 국제 수지가 괜찮다"는 것을 숫자로 증명해서 대통령의 결정을 뒤집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보통 1~2년이 걸리는데, 이 관세의 유효기간은 고작 150일입니다.

판결이 나기도 전에 관세 기간이 끝나버릴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그렇다면, 150일 이후에는 10% 관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감옥'이 기다리고 있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꺼내 든 것은 일종의 '시간 벌기용 징검다리'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150일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다른 나라들이 왜 안심할 수 없는지 그 내막을 상세히 정리해 드릴게요.

 

 

 

2) 최대 150일의 법적 한계: '강제 종료' 혹은 '의회 승인'

1974년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주지만, 동시에 '독재 방지 장치'를 두었습니다.

 

  • 자동 종료: 150일(약 5개월)이 지나면 대통령이 내린 10% 관세는 법적으로 자동 소멸됩니다.
  • 연장 조건: 만약 150일 이후에도 관세를 유지하고 싶다면, 반드시 미국 의회(상·하원)의 승인을 받아 법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현재 미국 의회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100% 우호적이지 않다면, 150일 뒤 관세는 해제되는 것이 맞습니다.

다른 나라들 입장에서는 "5개월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죠.

 

 

 

하지만 트럼프의 진짜 노림수는 '징검다리 전략'

트럼프 대통령은 150일 뒤에 관세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는 이 150일을 '합법적인 폭격 기간'으로 활용하려 합니다.

 

 

1)  '무역법 301조'로의 갈아타기 (Bridge Strategy)

150일 동안 10% 관세를 때리는 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동시에 '무역법 301조' 조사를 시작할 것입니다.

301조는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조사하는 법인데, 보통 조사에 수개월이 걸립니다.

즉, 122조(150일 임시 관세)를 가동하는 동안 301조 조사를 끝내고, 150일이 지나자마자 301조에 근거한 '영구적 관세'로 갈아타는 수법입니다.

 

 

*무역법 301조( 불공정 무역 행위 대응)란 무엇인가? 

301조는 한마디로 "미국이 정의한 '나쁜 짓'을 하는 나라를 직접 처벌하는 법"입니다.

여기서 나쁜 짓(Unfair Trade Practices)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 부당한 장벽: 미국 물건이 못 들어오게 교묘하게 막는 행위
  • 지식재산권 침해: 미국 기술을 훔치거나 짝퉁을 만드는 행위
  • 차별적 대우: 다른 나라 물건은 봐주면서 미국 물건만 차별하는 행위

 

 

*우리나라도 해당될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우리는 차별적 대우를 하지 않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기에 정당한 제도나 상황도 미국(USTR, 미 무역대표부)은 '불공정 장벽'으로 규정합니다.

실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예시1. 디지털 플랫폼 규제 (가장 최신 이슈)

최근 한국 정부가 추진한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에 대해 미국은 "구글, 애플 같은 미국 기업만 골라 때리는

차별적 규제"라고 이미 경고했습니다.

301조 조사가 바로 시작될 수 있는 1순위 후보입니다.

 

예시2. 의약품 가격 정책 

한국의 건강보험 체계에서 약값을 낮게 책정하는 것을 미국 제약사들은

"미국 혁신 기술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301조 조사를 청원하곤 합니다.

 

예시3. 검역 및 비관세 장벽 

"사과나 배 수입을 왜 이렇게 까다롭게 막느냐? 이건 과학적 근거가 없는 부당한 장벽이다"라고 몰아세우면

그것이 바로 301조의 조사 대상이 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적자' 그 자체를 불공정의 증거로 봅니다.

"한국과의 무역에서 매년 수백억 달러 적자가 나는 건, 한국이 어디선가 교묘하게 미국 물건을 막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조사를 시작합니다.

 

즉, 나쁜 짓을 해서 때리는 게 아니라, 때리기 위해 나쁜 짓을 찾아내는 것에 가깝습니다.

 

 

 

* 상호관세와 뭐가 다른가?

상호관세가 "네가 매기는 만큼 나도 매길게"라는 수동적인 비례 대응이라면,

301조는 "너희가 불공정하니 내가 원하는 만큼 때리겠다"는 능동적인 징벌입니다.

구분 상호관세 (대법원 위법 판결) 무역법 301조 (현재 합법)
명분 상대국 관세율과 똑같이 맞춤 상대국의 '불공정 행위' 조사 및 응징
세율 상대국 세율에 연동 (보통 낮음) 한도 없음 (25%, 50%, 100%도 가능)
절차 비상사태 선포 후 즉시 시행 조사(Investigate) 기간이 필요함
성격 "공정하게 똑같이 하자" "너희 버릇 고쳐놓겠다"

 

 

2) 협상을 위한 '인질' 기간

150일은 상대국들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너희 나라 물건에 10% 관세가 5개월간 붙을 거야. 이게 영원히 지속되길 원치 않으면 150일 안에 우리랑

새로운 무역 합의를 해!"라고 압박하는 것이죠.

 

 

 

다른 나라들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10% 관세에서는 자유로워질 수 있지만, 더 큰 관세가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낙관론]

의회가 관세 연장에 반대하고, 150일 내에 새로운 법적 근거를 찾지 못하면 관세는 사라집니다.

 

[비관론]

150일이 지나기 전, 트럼프는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나 '무역법 301조' 같은 다른 법 조항을 동원해

다시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도 "IEEPA(비상권한법)로 매긴 건 안 되지만, 다른 개별 무역법으로 매기는 건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뉘앙스이기 때문입니다.

 

 

 

10% 보편 관세, 이건 위법이 아닌가?

이론적으로 '무역법 122조'를 사용하는 것은 현재 유효한 법적 권한을 사용하는 것이므로,

당장은 위법이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쟁점이 남습니다.

 

효력 종료까지 150일(약 5개월)이라는 시한이 있습니다.

이를 연장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거나 다른 법적 근거를 찾아야 합니다.

 

기업들은 "미국의 국제 수지가 관세를 매겨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인가?"를 두고 다시 소송을 제기할 것입니다.

즉, 또 다른 법적 공방이 시작될 뿐입니다.

 

또한, 무역확장법 232조(철강·알루미늄 등 국가안보)나 무역법 301조(중국의 불공정 거래)에 근거한 관세는 이번 대법원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대로 유지됩니다.

 

트럼프의 '10% 관세' 선언은 대법원의 제동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통상 기조를 밀어붙이겠다는

강력한 정치적 메시지입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품목에 이미 적용 중인 관세는 유지되겠지만,

'보편 관세 10%'가 추가될 경우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합니다.

 

법원이 한쪽 문을 닫으면 트럼프는 다른 쪽 문을 여는 형국입니다.

글로벌 무역 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